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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역] 꿉당 여자친구 대체제로 정호랑 성수동에 놀러갔다. 크리스마스에 다른 친구들은 다 여자친구랑 노는데 자기는 남자새끼랑 논다고 계속 옆에서 투덜거리는데, 지가 여자친구 없는 게 내탓인가? 지탓이지. 하지만 생각은 생각으로 그치고 입으로는 암요 다 제 잘못임다, 하면서 비위를 맞춰줬다. 나는 고기를 구워먹고 싶었고 성수역에서 만나기로 해서 근처에 뭐 있나 좀 검색을 해봤더니 꿉당이라는 가게가 괜찮아보여서 꿉당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웨이팅이 있다는 리뷰를 봤고 이 추운 날씨인데 바깥에서 웨이팅을 할 엄두도 안 났다. 그래서 저녁을 일찍 먹어서 웨이팅은 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5시에 갔다. 정호보고 이쁘게 좀 있어보라고 했지만 자기가 아무리 포즈 잡아봤자 이쁘게 나올 수 없는 태생이라는 걸 자기도 아는지 추위 피하는.. 더보기
[수원시청역] 유치회관 경석이가 삼성에 취직하고 수원에서 독립을 했다. 경사 났네, 경사 났어! 친구의 독립인데 응당 집들이를 가야 하지 않겠나. 동네 친구들끼리 경석이네 집에 놀러 가기로 정했다. 수원시청역에 가야 하는데, 나는 갑자기 야근을 해야 해서 10시에나 도착했다. 평소에는 칼퇴만 하니까 야근하는 건 괜찮지만 하필 약속 있는 날에 ㅠㅠ. 어쨌든 도착해서 다 같이 술 마시고 놀고 경석이 집 좀 더럽혀주고 집주인 싫어하는 짓 좀 골라서 하고 자고 일어나서 우리는 점심으로 뭘 먹을까 고민했다. 근처 음식점을 검색해보고 있었는데, 경석이는 어차피 여기 근처 맛집 검색해봤자 유치회관이 나올 거라 말했고 진짜로 그랬다. 그래, 수원시청역까지 왔는데 여기 맛집 하나 정도는 가봐야지. 우리는 유치회관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경석.. 더보기
[서울숲역] 체다앤올리 직장 동기랑 수다를 떨다가, 자기는 뚝섬을 너무 좋아한다고 뚝섬에 이쁜 카페들이 너무 많다고 얘기하길래 나도 하나 알려달라고 말했다. 동기는 신나서 카톡으로 여러 카페를 알려줬고 나는 얼씨구나, 하고 보내준 카페들을 줍줍했다. 승연이 데려다주면 좋아하겠지? 생각하며 같이 갈 기회를 노렸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가기 귀찮다는 승연이 대답에 내심 속상했지만 나중에 가면 되지, 하며 맘을 달랬고 드디어 뚝섬역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햇빛이 무척이나 강한 날씨였다. 셔츠를 입고 나왔는데, 얇은 셔츠이긴 했어도 긴 팔이라 무척 더웠다. 승연이한테 깜짝 꽃 선물을 해주고 싶어서 약속 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해서 미리 찾아본 꽃집을 찾아갔다. 마침 오픈했는지 분주한 주인누나에게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했더니 "엄.. 더보기
[대림역] 제주도초밥 클라이밍을 재밌게 하고 나오니 7시, 저녁 먹을 시간이다. 대림역에 사는 선배가 있어서 진작에 근처에 밥 먹을만한 데가 있냐고 물어봐놨다. 선배가 파스타, 국밥, 초밥 3곳을 알려줬는데 초밥이 가장 적당한 거 같아서 초밥집을 하나 알아왔다고 강원이랑 정호한테 말했다. 카카오맵을 켜고 골목길에서 골목길로 움직였다. 클라이밍 센터에서는 한 마디도 못하고 쭈그려있던 정호가 밖으로 나오니 갑자기 활어처럼 입만 파닥파닥 살아났다. 정호한테 제발 입 좀 그만 털라고 말하니 가게에 도착했다. 어두운 골목에서 장사 나 혼자 한다는 것처럼 가게가 밝게 빛나고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가게에 들어가니 조용한 실내에 클래식 소리가 떠돌고 있어서 기분이 좋아졌다. 마주 보는 테이블은 없고 벽면 테이블만 있었다. 홀에서는.. 더보기
[성신여대역] 버거파크 햄버거가 먹고 싶다고 말하니 승연이가 "지나다니면서 맨날 보던 햄버거집이 있는데 언제 한 번 가봐야지 라고 생각만 하고 안 가본 데가 있거든? 거기로 가자.그리고 바로 옆에 미용실 있으니까 머리도 자르고." 고 말했다. 내 눈에는 이쁜 머리인데, 승연이 눈에는 거지꼴인가보다. 머리 먼저 자르기로 하고, 미용실에 들어갔다. 이 미용실은 재밌는 게 강아지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다. 사장님이 키우는 강아지라고 한다. 소형견부터 사람보다 큰 대형견까지 미용실 이곳저곳을 누비고 있다.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사람이라면 올 수 없는 미용실이겠지만 나는 개를 좋아해서 오히려 반가웠다. 솔직히 머리 자르고 있는 중에 심심한데 밑에서 강아지가 내 주위를 한 바퀴 돌고 있는 모습을 보면 즐겁다. 머리를 다 자르고 미용사가.. 더보기
[철산역] 448돈까스 문제가 생겼다. 본래 계획은 강원이랑 대림에서 만나 클라이밍을 하고 대림이나 신도림에서 맛있는 걸 먹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클라이밍 센터의 문이 닫혀있었다. 영업시간인데도 굳게 닫혀있는 문을 보고 우린 당황했지만 당장은 햇빛이 뜨거워 일단 바로 옆에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강원이가 사준 1+1 커피를 마시며 가게에 전화해보니 격주로 금요일마다 가게 정비를 위해 쉰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런 얘기는 따로 말해줬어야지.' 나는 정기권을 끊은 사람인데 이걸 여기까지 와서 안 게 불쾌했다. 편의점에서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계획을 수정했다. 어차피 클라이밍은 물 건너갔고 정호랑도 만나기로 했으니까 정호 보고 조금 일찍 나오라고 하자. 그렇게 우리는 익숙한 철산으로 가기로 했다. 편의점에서 강원이와 나눈 대화가 재밌어.. 더보기
[철산역] 스너그로스터리 강원이랑 조용히 하고 싶은 얘기가 있었다. 망고플레이트에서 카페를 몇 개 찾다가 '스너그로스터리'의 침착한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어 골랐다. 강원이한테 전화를 걸어 어차피 정호는 늦을테니 그때까지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자고 말했고 "너 게이야? 카페는 쌉게이들이나 가는 거지, 응 난 안 가" 강력한 반대의사가 돌아왔다. 나는 남자끼리 무슨 카페냐며 싫다 하는 강원이를 가보고 싶은 카페도 있고 돈도 내가 낼 테니 제발 가달라고 설득했다. 리뷰에서 카페가 작고 외진 곳에 있어서 찾기가 힘들다고 적혀있더니 정말이었다. 외진 곳에 있는 게 아니라 뜬금없는 장소에 카페가 있었다. 지도를 보면서 찾아갔는데도 찾을 수가 없어 그 주변을 빙빙 돌기만 몇 번. 길 가운데 뜬금없이 세워져 있는 자그마한 푯말을 보고 나서야 -.. 더보기
클라이밍 #1 클라이밍은 단순하게 올라가면 된다고 생각했던 내가 있었다. 고2 때, 수련회에서 암벽등반을 했었다. 안전장치를 다 하고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나는 내 인생의 주인공이다!"하고 부끄러운 대사를 외치고 내려오는 거였다. 나보다 운동 잘하는 친구들은 도중에 포기하고 내려갔는데, 나는 끝까지 올라가서 성공했었고 나만 성공했다는 기쁨에 저 부끄러운 대사도 큰 소리로 외쳤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클라이밍==암벽등반인 줄 알았고, 기분 좋게 남았던 추억이라 클라이밍을 한 번 배워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클라이밍을 배우고 가장 놀란 점은 팔 힘이 강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더 중요한 건 하체였다는 점이다. 내가 추억했던 암벽등반이야 무작정 올라가면 되는 일이라 팔 힘만 충분하다면 괜찮았지만 클라이밍은 달랐다. 물론 팔 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