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생겼다. 본래 계획은 강원이랑 대림에서 만나 클라이밍을 하고 대림이나 신도림에서 맛있는 걸 먹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클라이밍 센터의 문이 닫혀있었다. 영업시간인데도 굳게 닫혀있는 문을 보고 우린 당황했지만 당장은 햇빛이 뜨거워 일단 바로 옆에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강원이가 사준 1+1 커피를 마시며 가게에 전화해보니 격주로 금요일마다 가게 정비를 위해 쉰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런 얘기는 따로 말해줬어야지.' 나는 정기권을 끊은 사람인데 이걸 여기까지 와서 안 게 불쾌했다.
편의점에서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계획을 수정했다. 어차피 클라이밍은 물 건너갔고 정호랑도 만나기로 했으니까 정호 보고 조금 일찍 나오라고 하자. 그렇게 우리는 익숙한 철산으로 가기로 했다. 편의점에서 강원이와 나눈 대화가 재밌어서 대림까지 온 게 아예 시간 낭비는 아니었다며 시시덕거리며 우린 지하철로 걸음을 옮겼다.
내가 긴 팔만 아니었어도 좋았을텐데. 날씨는 더운데 정호가 늦으니 계속 밖에서 기다려 못마땅했다. 멀리서 지저분한 옷차림에 정호가 보였다. 더운 날씨에 거진 1시간이나 기다린 분풀이를 한 후 우리는 뭘 먹을지 고민했다. 강원이가 말하길 정호가 전부터 맛있는데라고 가보라고 추천했던 돈가스 가게가 있다고 말했다. 돈가스는 언제 먹어도 괜찮지. 올드보이도 군만두가 아니라 돈가스를 줬으면 탈출했을 때, 계산은 어디서 하냐고 물어봤을 거다.
우리가 들어갔을 때가 2시쯤이어서 점심시간이 아니었는데도 사람이 좀 있었다. 더운 날씨여서 그랬는지, 지금 돌이켜보면 소바를 시킨 사람도 꽤나 보였는데, 소바를 하나 시켜서 같이 먹을 걸 아쉽다.
여러 메뉴를 먹어보고 싶어서 3가지를 시켜서 같이 먹자고 했다. 448 / 데미글라스 / 크림 을 시켰다. 글을 세심히 읽은 사람이라면 이상한 점을 찾았을 거다. '어 사진의 주석이랑 글이랑 다른데? 잘못 적었네.' 하고 느꼈다면 틀렸다. 나는 틀리지 않았다. 틀린 건 사장님이다. 주문은 데미글라스를 했는데, 카레로 잘못 준 거니까. 굳이 바꿔달라고 할 깜냥은 없어서 그냥 먹었지만 사장님께 잘못 왔다고는 말은 했다. 조용히 넘어갈 정도로 쿨하지는 못한 인물의 나다.
음식은 꽤나 만족했다. 돈까스가 맛없기도 힘들지만 맛있었다. 고기도 두툼하고 소스도 맛있었다. 돈가스에 구운 식빵 조각을 하나씩 얹어주는데, 딱히 맛있는 건 아니었지만 외관상 요리를 더 맛있게 만들어서 먹기 전부터 기분이 좋았고 무엇보다 여기는 장국 대신 조그만 국수를 주는데, 특히 그 점에 점수를 주고 싶다.
특별한 식사는 아니어도 실패하지 않는 점심을 하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은 가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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