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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단맛

[서울숲역] 체다앤올리

 직장 동기랑 수다를 떨다가, 자기는 뚝섬을 너무 좋아한다고 뚝섬에 이쁜 카페들이 너무 많다고 얘기하길래 나도 하나 알려달라고 말했다. 동기는 신나서 카톡으로 여러 카페를 알려줬고 나는 얼씨구나, 하고 보내준 카페들을 줍줍했다. 승연이 데려다주면 좋아하겠지? 생각하며 같이 갈 기회를 노렸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가기 귀찮다는 승연이 대답에 내심 속상했지만 나중에 가면 되지, 하며 맘을 달랬고 드디어 뚝섬역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햇빛이 무척이나 강한 날씨였다. 셔츠를 입고 나왔는데, 얇은 셔츠이긴 했어도 긴 팔이라 무척 더웠다. 승연이한테 깜짝 꽃 선물을 해주고 싶어서 약속 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해서 미리 찾아본 꽃집을 찾아갔다. 마침 오픈했는지 분주한 주인누나에게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했더니 

"엄마야!" 

 하면서 놀라서 나도 같이 놀랐다. 내가 손님인 걸 알아보고는 멋쩍은 웃음을 보이며 응객에 들어갔다. 내가 여자친구에게 선물하려고 하니 괜찮은 꽃을 가르쳐달라고 하자 주인누나는 이 꽃 저 꽃을 꺼내더니 이 조합으로 선물하면 여자친구분이 좋아할 거라고 추천해줬다. 나는 알겠다고 말하고 나중에 찾아올테니 그 때까지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다시 역으로 돌아갔지만 아직도 약속시간까지 20분이나 남았었다. 길을 헤맬거라 생각해서 일찍 왔던 건데 역시 박네비에게 헤멘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뚝섬역 안의 편의점에서 쌓아놓은 듯한 박스더미에 앉아서 휴대폰을 하며 승연이를 기다렸고 약속시간보다 살짝 늦게 승연이가 도착했다. 승연이는 양산을 챙겨왔다. 햇빛이 너무 쎄서 걱정했는데 잘 챙겨왔다고 말했다. 승연이가 양산 안으로 들어오라고 말했지만 사나이는 양산따위에 안 들어간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나는 녹아갔다.

 

 체다앤올리는 서울숲 안에 있는 브런치카페다. 서울숲 안에 들어가야 하는데 카카오맵을 보며 무지성 직진을 했더니 길을 잘못 들었고 승연이한테 혼났다. 박네비 은퇴식이었다. 서울숲 안에 들어가서도 살짝 헤맸지만 모퉁이를 돌자마자 사람이 바글바글한 카페가 하나 딱 보여 아, 저기구나. 하는 느낌이 확 들었다. 혹시 자리가 없을까 걱정했지만 운 좋게도 우리가 가자마자 자리가 하나 딱 났다. 우리는 자리에 가방을 둬서 우리 자리라고 표시하고 주문대에 갔다. 

 

연어아보카도 샐러드(좌) / 바베큐그릴치킨 파니니(중) / 더치커피&더치큐브라떼(우)

 

  아직 밥을 안 먹었기에 우리는 샐러드와 파니니 그리고 음료 2개를 주문했다. 자리에 앉아 창 밖을 보면 사람이 너무 많아 바글대지만서도 서울숲의 모습이 보여서 풍경이 볼만했다. 강아지를 데리고 온 손님들이 많았기에 강아지들 보는 것만 해도 음식 나올 때까지 재밌게 기다릴 수 있었다. 풍경도 좀 찍어둘 걸 아쉽다.

 

 맛있었다. 브런치라는 걸 평소에 먹어본 적이 없어서 이게 다른 집에 비해서 맛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당장은 맛있었다. 승연이도 맛있게 먹어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더치큐브라떼가 뭔지 궁금해서 한 모금 마셔봤더니 승연이가 자기 꺼 왜 마시냐고 목소리를 내리깔고 말했다. 무서워서 커피를 내려놓고 마음속으로는 내가 계산한 건뎅....하며 섭섭해했다. 가게 한 쪽에 비치된 냉장고에서 덴마크 초코우유라고 유리병에 담겨져 팔고있었다. 병에 들어있는 모습이 너무 맛있어 보여서 우리 나갈 때, 하나 사가자고 말했다. 이 선택을 나는 후회하게 된다.

 

 가게를 나와 서울숲을 적당히 거닐다가, 하늘을 예쁘게 담을 수 있는 장소를 찾아내서 나는 승연이 보고 어서 자세를 잡으라고 말하고 사진을 찍어댔다. 강렬한 햇빛 밑에 선 승연이는

"뜨거워 죽겠어, 빨리 찍어 빨리! 나 탄다!"

라고 날 쪼아댔지만 사진에서는 이쁜 미소밖에 안 보이니 여자의 기술이 아닐 수 없다.

   

 승연이 몸에 불 붙기 직전에 겨우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고 공원을 나가다가 사고가 났다. 가방이 없어서 손으로 초코우유를 달랑달랑 들고 다니다가 떨어트리고 말았다. 조심성 부족이다. 길거리에서 병이 깨지고 초코우유가 튀겨서 안 그래도 승연이 흰바지 입고 왔는데 얼룩덜룩해지고 분위기가 순간 싸해졌다. 잠깐 동안 나 혼자 겨울이었다. 결국은 귀가해서 락스로 바지 문지르고 세탁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거기다 더 마음에 안 드는 건, 나중에 먹어보니 그렇게 맛있지도 않았다는 거다. 그냥 서울초코우유가 훨씬 맛있다 진짜로.

 

 여담은 옆으로 치우고, 체다앤올리만 이야기하자면 좋은 가게였다고 생각한다. 나야 브런치카페를 가본 게 이번이 처음이니 다른 데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음식은 일단 잘 먹었고 오랜만에 사람많은 곳의 분위기도 느낄 수 있었고 가게에서 한 발짝만 나가면 서울숲이니 공원의 분위기도 느낄 수 있어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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