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석이가 삼성에 취직하고 수원에서 독립을 했다. 경사 났네, 경사 났어! 친구의 독립인데 응당 집들이를 가야 하지 않겠나. 동네 친구들끼리 경석이네 집에 놀러 가기로 정했다. 수원시청역에 가야 하는데, 나는 갑자기 야근을 해야 해서 10시에나 도착했다. 평소에는 칼퇴만 하니까 야근하는 건 괜찮지만 하필 약속 있는 날에 ㅠㅠ. 어쨌든 도착해서 다 같이 술 마시고 놀고 경석이 집 좀 더럽혀주고 집주인 싫어하는 짓 좀 골라서 하고 자고 일어나서 우리는 점심으로 뭘 먹을까 고민했다. 근처 음식점을 검색해보고 있었는데, 경석이는 어차피 여기 근처 맛집 검색해봤자 유치회관이 나올 거라 말했고 진짜로 그랬다. 그래, 수원시청역까지 왔는데 여기 맛집 하나 정도는 가봐야지. 우리는 유치회관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경석이 집에서 창문으로 바로 내려다보이는 위치에 가게가 있어서 줄이 있나 없나를 편하게 확인하고 갈 수 있었다. 그런데 훼이크였다. 줄이 없는 줄 알았는데 흡연장에서 담배피는 사람들이 다 줄 서는 사람들이었다. 하긴 지금 생각하면 술자리도 아니고 국밥 먹다가 중간에 담배 피우러 나오는 사람은 없겠다.
접수번호 67번, 대기번호 3번이었다. 국밥집이라 테이블 회전속도는 빨라서 사람이 금방금방 빠졌다. 그런데 국밥집이라서 빠른 것보다는 분위기가 오래 앉아 있기 힘든 분위기여서 후딱 먹고 나온 것 같기도 하다. 들어가면 맛집이 맞나 보다 싶을 정도로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아직 음식을 보지도 못했는데 음식 맛에 대한 의심은 사라졌다.
메뉴는 해장국뿐이다. 해장국을 시키면 선지도 사진처럼 양푼에다가 준다. 예전에 엄마따라 먹은 선짓국이 맛없었던 기억이 있어서 그 후로 선지를 안 먹는데, 경석이가 하나 먹어보더니 먹어보라고 맹맛이라고 그냥 좀 고소하다고 난리를 쳐댔다. 안 먹으려고 해도 계속 옆에서 츄라이츄라이하니 열이 받아서 하나 먹었더니, 어? 괜찮았다. 맛있다 아니다가 아니라 경석이 말대로 맹맛이었다. 애초에 -1을 예상했는데 0이라니 이 정도면 나한테는 괜찮은 맛이다. 선지도 하는 집에 따라 맛이 확 달라지는구나 싶었다. 그렇다고 더 먹지는 않았다. 0이니까 맛 본 걸로 충분하다.
해장국은 맛있었다. 여기서만 먹을 수 있는 해장국이라 그런지, 순대국밥에서도 뼈다귀해장국에서도 곰탕에서도 느낄 수 없는 이곳만의 맛이 있었고 맛있었다. 나는 그냥저냥 맛있게 먹었는데 종관이는 아주 감동을 해댄 것도 재밌었다.
맛있게 먹고 나와서 커피도 마시고 나는 주말출근을 했다....... 게다가 지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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